약혼녀가 있는 남자를 유혹해야 한다.
분명 그런 다짐을 했건만, 경멸 어린 눈빛에 압도되어 몸이 얼어붙었다.
“서유희 씨, 혹시 돈 필요해요?”
알고 있다. 정도건에게 여자란 돈이면 뭐든 다하는 속물적인 존재라는 걸.
“저는 돈이 아니라… 마음을, 대표님의 마음을 가지고 싶어요.”
“하, 이거 골 때리네.”
유희는 꿰뚫어 오는 남자의 눈을 피해 시선을 떨궜다.
떨리는 심장 따위, 불안에서 비롯된 반응이라 치부하며.
“미안하지만 서유희 씨. 내가, 입맛이 좀 까다로워요. 아무거나 주워 먹으면 탈이 나거든.”
하나 경멸이 욕망으로 변모한 건 순간 이었다.
베스트 단추를 툭툭 풀어낸 도건이 한껏 흐트러진 유희를 내려보며 미간을 좁혔다.
“싫으면 지금 말해요, 싫다는 사람 붙잡고 탐하는 쓰레기 새끼는 아니니까.”
행동해야 했다.
겁 없이 남자를 도발한 실수를 인정하고 도망칠지.
이 말도 안 되는 관계의 끝을 향해 달려갈지.
선택해야 해 서유희, 바보같이 굴지 말고.
떨리는 손을 뻗은 유희가 도건의 목덜미를 끌어안자,
나직한 탄식을 터트린 그가 그대로 입술을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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