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동생이 돼 줘야겠어요.”
“네? 그게 무슨…….”
“어머니의 증상에 차도가 있더군요. 서은조 씨와 보낸 시간 덕분에.”
그의 어머니가 저를 딸로 착각한다는 이유로, 태무혁은 그녀에게 접근해 왔다.
“같잖은 자존심 따위 내세울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
“잡아요, 내 손.”
동생의 병원비와 소송비로 한계에 몰린 은조는
남자가 적선처럼 내민 그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은조는 남자의 별채로 들어갔다.
태무혁이 촘촘히 쳐 놓은 덫인 줄도 모르고.
* * *
“마주칠 때마다 나를 난잡한 놈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네요, 서은조 씨.”
짓씹듯 욕을 뱉으며 무혁이 은조의 입술을 집어삼켰다.
은조의 손에서 떨어진 노란 우산이 뒤집힌 채 바람에 굴러갔다.
봄비에 얼었던 몸이 남자의 열기로 휩싸였다.
마침내 입술을 떼어 낸 남자가 은조의 붉은 입술을 쓸었다.
“그러니까 내 앞에서 알짱거리지 말라고 했잖아.”
어스름한 조명에 비친 남자의 음영이 위험할 만큼 아름다웠다.
“여동생한테 몹쓸 짓 하는 더러운 기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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