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내가 나이를 잘못 알고 있는 건가. 아직 열아홉이라고 들었는데.”
“무슨 말씀이신지 알아요. 근데 양가 부모님께서도 동의하셨고, 당사자끼리도 합의했으면 법적으로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난 동의한 적 없는데.”
고작 몇 마디 내뱉었을 뿐인데 어린 신부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죄송해요. 전 양가 부모님께서도 동의하셨다길래 당연히….”
“벗어 봐요, 그럼.”
“…네?”
“나랑 그 짓 하러 왔다면서.”
마음 같아선 따끔하게 훈계라도 하고 싶었지만 이 밤에 제 집까지 찾아온 손님을,
그것도 3개월 뒤면 제 아내가 될 여자를 울리고 싶진 않았다.
“한 번만 말할 테니까 잘 들어요, 휘흔설 씨.”
“…….”
“난 그쪽이랑 오늘 밤 여기서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헛된 생각 하지 말고 이만 돌아가세요.”
그렇게 돌아서려는데….
잘못 들은 것이었길 바랐다.
“저… 아이를 가지면, 돈부터 주실 수 있나요?”
그 어린 게, 영악하게도 감히 돈 얘기를 했다.
래원은 그날의 일을 결코 잊을 수 없었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평범한 결혼 생활이 될 수도 있겠다고 여겼던 희망이 산산조각 난 날이었으니까.
“하, 합방하기 전에 기도부터 드려야 한다고 했어요. 부적도 태우고, 족욕 의식도….”
“12시 지났어, 너 이제 애 아니야.”
이제 그녀는 어엿한 성인이다.
부모 동의 없이 뭐든지 스스로 할 수 있는 나이.
계약의 주체로서 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
“알아들었으면 누워.”
래원은 지금부터 그녀를 온전히 성인으로 대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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