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버티네.
일심재(一心齋).
우성 그룹이라면 죽음도 마다하지 않을 아버지.
죽을 날을 받아 둔 회장의 병시중을 들겠다는 탓에
온 가족이 그 창고 방으로 끌려 들어가야만 했다.
회장이 별세하고서야 모란은 겨우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는데.
다시 일심재(一心齋).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트는 이도하와 눈이 마주쳤다.
일말의 동요도 없는 새까만 동공을 보고 있자니, 심장이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
때마침 바람이 불었다.
눈이 시린 것은 그 때문이리라.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나뭇잎과 꽃송이가 솨아아 흔들렸다.
코끝을 스치는 꽃향기가 불현듯 지독했다.
들려온다.
나의 저주.
쉿.
‘자시(子時)에 태어난 아이야. 넌 말을 해선 안 돼.’
* * *
언젠가부터는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을 했다.
살아 숨 쉬고 있는 거부터가 짐스러운데, 추억이란 게 있어 봐야 짐만 늘어날 뿐이었다.
그런데.
“청승 그만 떨자.”
이도하가 강모란을 쥐고 흔든다.
“대답, 안 해?”
뒤틀고 헤집고 망치고 있다.
“혹시 관계 할 때도 의사소통 문제로 통역사가 관전하나?”
……미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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