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시아야.
너 대신 결혼식장에 들어서며 그런 생각을 했어. 저 남자를 사랑하지 않게 해달라고, 이 무대에서 내려올 땐 아무것도 남지 않게 해달라고.
그런데 시아야. 그게 잘 안 됐어.
미친 짓인 거 알아. 안 되는 일인 것도 알아.
......그래도 죽이지는 말지.
그날 트럭에 치인 사람이 내가 아니라 너여서 유감이야.
난 이제 채연아가 아닌 채시아로 살 거야.
내가 이 복수를 끝마칠 때까지.
'아무도 모르게'
*
“너지?”
말허리를 뚝 끊고 들어온 질문에 연아는 숨을 멈추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알아들었잖아.”
정주가 검지 끝으로 연아의 턱을 들어 올렸다.
어두운 회의실, 몇 번 하지도 않았던 눈맞춤으로 그는 모든 걸 간파한 듯했다. 여기서 발뺌을 해도 소용없다는 걸 안다. 그러나 호락호락 시인하면 모든 게 끝나버린다는 것도 잘 안다.
두려웠다. 태워버릴 듯 저를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가.
그리고 서서히 다가오는 그의 입술이.
“장난질은 이제 재미가 없는데.”
“전무님, 뭔가 오해를 하신 것 같습니다. 일란성 쌍둥이라 종종 다른 사람들도 오인하곤 하는데 분명히 저는 채......!”
연아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필사적인 변명을 삼켜버린 그로 인해.
가슴을 밀어내며 저항하는 그녀의 뒤통수를 정주가 사정없이 끌어당겼다.
그 난폭한 키스가 연아에게 말하는 바는 분명했다.
내가 너를 알아보았다고.
......내가 이렇게 너를 원하고 있다고.
*일러스트 고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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