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이 길긴 기네.”
연회장의 조명이 꺼지던 그 순간, 닫혔던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모두의 이목이 무대가 아닌 뒤쪽으로 집중되었다. 물론 영경의 시선까지.
“다들 몇 년 전보다 달라지셨네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의 등장에 J그룹 창립 기념 파티는 순식간에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저게 누구야? 진재이 아니야?”
“말도 안 돼. 죽었잖아. 장례도 치렀던 걸로 아는데.”
“그럼 뭐야…? 살아 돌아온 거야?”
경악으로 물든 사람들 사이, 영경의 눈에만 설핏 반가움이 스쳤다. 분명 봄비가 억수처럼 내리던 그날, 영경과 마주친 그 남자였다.
“그새 채갈 건 다 채가 버렸고.”
“…진재이?”
그때 눈에 띄게 경직된 준재를 알아챈 영경이 이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의 약혼자를 올려보았다. 지금껏 본 적 없는 두려운 표정을 한 그가 영경의 손을 거세게 붙잡았다.
"아...!"
무의식중에 나온 행동인 듯 했지만 영경은 처음 보는 준재의 모습이 낯설어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남자는 여기저기서 터지는 카메라 셔터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천천히 그녀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그런데 주인이 나타났으니, 가짜는 이만 꺼질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어?”
준재에게 붙잡힌 손을 노려보는 남자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났다.
그날과 달리 싸늘하기만 한 그의 눈빛에 영경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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