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나는 남의 것만 탐내는 여우, 차준재.
오늘이 바로 네 제삿날이다.
“차준재. 너 설마 여기 묵니?”
“그럼 안 돼?”
새사람으로 태어나고자 배낭을 메고 도착한 작고 아름다운 섬.
털 빠진 닭 같은 나를 위로하는 휴양 생활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딸 걱정을 앞세운 부모님이 진군해 오시기 전까진.
아니, 부모님의 친구와 그분들의 아들,
차준재란 혹만 없었더라도 괜찮았을 테다.
그의 불편한 침범은 나의 삶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
학창 시절, 대학 시절, 하물며 꿈에서까지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그에게 빼앗기고, 또 빼앗긴 인생!
이번에는 나한테 무얼 뺏어 가려고 하는 걸까.
“나 너 싫어해. 싫어해, 정말 싫어해.”
벼르고 벼르던 절교 선언을 하는 순간.
“네가 나를 싫어하는 것은 아무렇지 않아.
너와 떨어져 있는 시간을 견딜 수 없을 뿐이야.”
고백에 가까운 이야기를 들었다.
모든 말을 마친 그의 표정은 그저 평온하고 평화로워 나의 절망을 부를 뿐.
“사실 그게 내가 바라는 전부거든.”
그건 오래 묵어 광기로 변한 감정이었다.
일러스트 ⓒ 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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