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아준 친모에게조차 외면당하는 삶 속에서도 정원은 믿었다.
내게도 나를 원하는 진짜 가족이 있을 거라고.
그 믿음이 희미해지던 십대의 끝자락에서
한 번도 원한 적 없던 그 애, 선윤재가 삶을 비집고 들어왔다.
오래전 작고한 아버지, 저를 사랑하지 않는 어머니,
그리고, 그 모든 공백을 채워준 유일한 사람, 선윤재.
찰랑대는 기억이 넘치기 직전에서야 정원은 알았다.
제 삶은 윤재의 온기로 가득 차 있음을.
그리고, 그를 위해서라면 이제 전부 비워내야만 함을.
***
“전에 말했잖아. 내 처음은 누나랑 함께하고 싶다고. 뭐든지 다, 누나랑 하고 싶어. 누나랑만 하고 싶어.”
“…….”
“해도 돼?”
다시 같은 질문이 반복되었다. 술을 얼마나 마신 것일까.
윤재에게서 나는 알코올 향기가 나까지 취하게 만든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이런 생각이 드는 거라고.
나 또한 윤재와 입을 맞추고 싶다는 생각.
사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순간을 기다려 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누나는 모르겠지만, 나는 누나랑 이런 게 제일 하고 싶었어.”
“…….”
“내가 그렇게 음침한 놈이야. 그러면서 멀쩡한 인간인 척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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