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에 물들다 [선공개]

덫에 물들다

“태선호, 죽이고 싶어요?”
가슴 속에 칼날을 품은 채 눈앞에 나타난 서연희에게 태무영이 물었다.
“……네.”
어금니를 꽉 물어 가며 기어이 대답하는 서연희의 얼굴은 눈물 범벅이 된 채였다.
순진한 건지, 미련한 건지. 
도대체 무슨 배짱인 건지.
“가능할 거라 생각해요?”
“…….”
복수하고자 하는 일념 하나로 태선호의 마음을 얻은 건 대단하다만, 태선호의 뒤엔 태성 그룹이 있었다. 
아무리 발버둥을 친다 한들 승산 없는 싸움이 될 텐데. 
하지만.
“내가 도와줄까요.”
무영은 연희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애원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를 보며 드는 감정은 연민일까. 욕망일까.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그저 눈앞에 있는 이 여자를 이대로 내버려 두고 싶지 않을 뿐이었으니.
“안아요, 그럼.”
간절한 마음으로 무영의 목덜미를 감싸는 연희의 손길이 달아오른다. 고작 이 정도 스킨쉽만으로 벌벌 떠는 여자를 어떻게 길들여야 할까.
무영은 능숙한 손길로 연희의 허리를 휘감으며 뜨겁게 입을 맞추었다. 
먹잇감을 유인하는 달콤한 덫이 되어. 아프게 베인 입술을 머금으며. 영원히 놓아주지 않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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