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님께서는 홍채하 씨가 장례식에 참석하는 걸 원치 않으십니다.”
8년 전 아빠를 빼앗아 갔던 여자는 어느 날 아빠의 부고와 함께 1억짜리 수표를 보내왔다.
조건은 아빠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말라는 것.
빡빡한 형편에 1억은 너무 큰 돈이었다.
채하는 차마 되돌려보내지 못한 수표를 손에 쥐고 한강 다리 위에 섰다.
오늘만 울려고. 그리고 잊으려고.
그런데,
“안 돼!”
갑자기 불쑥 튀어나온 남자가 다짜고짜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그러더니 그녀에게 호통을 치기까지 했다.
“젊은 사람이 이게 도대체 무슨 짓입니까?”
그녀야말로 묻고 싶었다. 멀쩡하게 생긴 놈이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당신 뭐야? 미친X야, 변태야?”
앙칼지게 따져 묻던 채하는 문득 제 손에 마땅히 들려 있어야 할 것이 사라져 버리고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떡해.”
오른손에 꽉 쥐고 있던 하얀 봉투.
1억짜리 수표가 들어 있는 봉투가 보이질 않았다.
채하는 다리 난간 너머에서 일렁거리는 강물을 쳐다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 내 1억.”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지명, 배경 설정은 허구이며 현실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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