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빌려줄 테니 기어와 봐요.”
희수의 눈동자가 놀라듯 조금 커졌다.
“여기까지 기어서 와요.”
태성이 눈짓으로 자신의 발아래를 가리켰다.
빨갛게 달아오른 희수의 뺨이 딱딱하게 굳고 눈동자는 동요하듯 흔들렸다.
태성은 모욕감을 견디는 희수의 얼굴을 보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
눈물을 참느라 희수의 눈은 더욱 빨갛게 충혈되었다.
희수는 이내 결심한 듯 비장한 표정으로 천천히 엉덩이를 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기기 시작했다.
손바닥으로 차례로 바닥을 짚고 무릎을 움직였다.
아버지가 남긴 빚 때문에 희수는 저택의 주인인 태성에게 돈을 빌렸다.
그는 대가로 희수에게 파트너를 요구했다.
“뭐든 하겠다며? 내가 언제든 부르면 오고, 내가 벗으라면 벗을 수 있겠어요?”
***
정희수가 내 침실로 온 건 본인이 선택한 겁니다. 맞죠? 내가 준 선택권에 그쪽이 선택한 거잖아요. 이건 확실히 해두자고요.”
태성은 주도면밀하게 희수가 자발적으로 침실에 온 것을 강조했다.
“네. 맞습니다.”
태성이 입꼬리를 늘려 흡족한 듯 미소 지었다.
“잘할 수 있어요?”
뭘 잘할 수 있냐는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희수가 대답했다.
“노력하겠습니다.”
미소를 잃지 않은 그의 입술이 다가오며 말했다.
“그럼 키스해봐요.”
상체를 기울여도 입술까지 닿지 않아 희수는 더 몸을 기울이고 목을 뺐다.
그의 입술에 제 입술을 가만히 가져다 대었다가 떼어냈다.
아무런 동요도 없던 태성이 말했다.
“키스 안 해봤어요?”
“해봤습니다.”
“그런데 왜 못하는 척해요?”
“…….”
“제대로 해봐요.”
***
오만하기 짝이 없던 태성이 훗날 180도로 변했다.
정말 희수를 잃을 것만 같아서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맞출게. 내가 너한테 맞출게. 내가 변할게. 돌아오라고 강요 안 해. 기다릴게. 기다리게는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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