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닻을 내리면 [선공개]

붉은 닻을 내리면

동갑내기이자 동방해각의 동문인 두 사람은,
공사를 막론하고 단 한 군데도 들어맞지 않았다.
청이 따뜻한 차를 좋아하면 류한은 차가운 과일을.
청이 붉은색을 좋아하면 류한은 푸른색을.
4년 전, 청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던 그날.
폐허가 된 것은 동방해각만이 아니었다.
“이런. 아직도 그대가 귀한 신분인 줄 알았습니까?”
“죽을 만큼 싫다 하여도, 버티세요.”
“나 또한, 버젓이 살아 숨 쉬는 그대를 버텨 내 볼 작정이니.”
류한은 돌아온 청을 경멸했으나,
그녀는 기꺼이 자신을 내놓았다.
“……좋을 대로 하세요.”
즐거이 당신의 형벌을 받아들이지요.
설사 그곳이 참혹한 지옥일지라도.
뼈가 녹고 살이 찢기는 피의 강일지라도.
***
대양을 따라 자유로이 흘렀던 여인, 이청.
그런 그녀의 붉은 닻을 자처한 사내, 동방류한.
붉은 강에 흐르는 것은 나의 눈물인가, 붉은 연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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