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네가 이 방에 들어온 게 실수야?"
 ***
 솔직히 말하면 전혀 괜찮지 않았다.
 「멜. 담배하고 그것 좀 챙겨줘.」
 오늘은 퍼스널 버틀러로 5년을 일하면서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사적이고도 불쾌한 지시를 받았고,
 「내가 이럴 줄 알았지. 와이프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이 년이랑 호텔에 들어와?」
 남편의 여성 편력이 그의 재산만큼이나 대단하다는 걸 뻔히 아는 그의 부인에게 말도 안 되는 오해를 받더니,
 「당신 미쳤어? 내 집사한테 이게 뭐 하는 짓이야!」
 호텔 로비에서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온몸으로 와인을 뒤집어썼다.
 그러니 괜찮을 리가 있나.
 머리카락을 적시고 얼굴로 흘러내린 붉은 액체가 하얀 블라우스를 물들였다. 
수치심과 자괴감이 온몸을 뒤덮어 일 초라도 빨리 모든 걸 씻어내고 싶었을 뿐인데.
 
샤워를 마치고 나온 그녀의 눈앞에 압도적인 기운을 풍기는 남자가 서 있었다. 
 왜 그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남자는 넥타이와 셔츠를 잔뜩 풀어 헤친 채였다. 
이제 막 방으로 들어와 샤워하려던 사람처럼.
 아, 설마…….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을 스친 그 순간이었다. 
 “중동 부호의 내연녀께서 왜 내 방에 있을까?”
 정말이지 오늘은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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