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이 솔이거든요!”
도건은 잠자코 아이를 응시했다.
주변에 생동하는 모든 것이 멈춘 것처럼 그 순간 아이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칠흑같이 짙은 눈동자라고 생각했다.
불현듯 과거의 잔상이 떠밀려왔다.
대학 신입 환영회 날, 평제 별장에서 종종 보았던 도우미 여자애가 제 후배가 됐던 날,
그 후배의 이름이 이윤주라는 걸 알았던 날, 제법 황당했던 날, 왠지 모르게 마음이 들쑥날쑥했던 날.
그날.
눈이 마주친 여자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갛게 물들었다.
하얗기만 할 줄 알았더니 빨개질 줄도 아는구나.
희한하고 신기하여 여자의 얼굴을 내리 바라보았던 것 같다.
맑고도 짙은 그 눈이 인상 깊었다. 충분한 반전이었다.
빨려 들어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까맸던 눈동자.
닮았다.
도건은 여자의 눈을 똑같이 빼다 박은 아이의 얼굴을 계속 바라보았다.
* * *
“아저씨, 우리 친구예요?”
노란 병아리콩만 한 아이가 확인하듯 되물었다.
도건은 은은한 미소를 지은 채 속으로 답했다.
아니. 우리는 친구가 아니야.
아저씨는 네 친구 하고 싶지 않아.
네 아빠 하고 싶은 거면 몰라도.
너 내 딸 할래?
그래, 솔이는 이 아저씨 딸 하면 되겠다.
그래서 아저씨는 네 엄마랑 결혼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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