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만 빼고 완벽한 남자를 사랑했다.
5년 동안, 짝사랑이었다.
그리고 첫사랑이었다.
“너 그렇게 앞뒤 모르는 애 아니잖아, 지수정.”
“갑자기, 무슨 말씀을…….”
“네가 원하는 것만 빼고 다 해 줄게. 연봉, 직급, 의전까지 전부. 그러니까 나 버리지 마.”
우재연이 대체 언제부터 지수정의 마음을 눈치채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재연에게 수정의 마음이란 주머니 속 손수건처럼 아무렇게나 구기고 더럽혀 가면서 곁에 두기 적당했으리란 사실뿐.
그야 수정은 언제나 재연의 앞길에 더러운 물이 쏟아지면 최선을 다해 걸레질을 자처하곤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아주 축축하고 너절하게 구겨진 채로,
우재연의 주머니에서 걸어 나온 지수정의 눈앞에 불현듯 김태이가 걸어 들어온다.
“종교가 없으면 나한테 고해성사해도 돼요. 잘 듣고, 비밀은 지켜줄게요.”
먼 이국에서, 종교도 없으면서 무작정 고해 신부를 자처하던 낯설고 아름다운 남자.
“마음 바뀌었으면 나가. 나도 너한테 잘못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
그러나 수정이 한국에서 그 남자와 다시 만났을 때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그녀에게 인사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지수정 팀장님.”
“…….”
“헤리온호텔 신임 사장 김태이입니다.”
우재연의 모든 것을 빼앗고 싶은 그의 사촌 형제, 김태이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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