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어요.”
“…….”
“아빠한테서 도망치는 거. 그거 하고 싶다고요.”
“그럼 간단하네.”
치이익. 재떨이에 담배가 비벼지며 시뻘건 불이 꺼졌다.
“말이 약혼이지, 몸 섞는 사이라 생각해.”
……몸?
“그러면 난 대가로 그 뭣 같은 집에서 구해 주지.”
맥락을 다 이해했으면서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요.”
“상식은 지랄이.”
“맞잖아요. 사랑하는 사이도 아닌데 몸을 섞다니 무슨 짐승도 아니고…….”
혼란에 찬 낯을 하고서 뒷걸음질 쳤다.
“저, 그때는 제가 술에 취해서 그랬던 거예요. 평소엔 절대 그러지 않는다고요.”
우강재는 제게서 멀어지는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의자에 앉았던 몸을 일으켜 긴 다리로 빠르게 걸어왔다.
그가 코앞까지 맞붙어 오자 향수와 섞인 담배 냄새가 훅 끼쳤다.
“난 아무 여자한테나 올라타는 줄 압니까?”
“……읍.”
“누굴 쓰레기로 아나.”
순간적으로 내쉬는 숨을 멈추었다.
“근데 너와 내가 꽤 잘 맞았거든. 짐승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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