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미친 건 나 혼자였니?
[퇴근 후에 집으로 와.]
[네.]
처음부터 둘은 그런 관계였다. 그냥 몸만 섞으며 서로의 생활에 대해 묻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기로 한 그런 관계. 오죽하면 서로 전화번호조차 교환하지 않고 2년을 보냈을까?
서로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2년이나 지난 후였다. 도연이 미래 아웃렛의 계약 직원으로 근무를 시작한 첫날 매장을 도는 한승후 이사와 마주했다. 그 후로 2년간 밤에만 보던 남자가 이제 낮에도 보자고 한다.
***
“나, 결혼해.”
미래 유통의 후계자가 걸맞은 여자랑 결혼하는 건 불 보듯 훤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걸맞은 여자에 저는 들어갈 수 없다는 것도 안다.
“안 궁금해요. 굳이 무슨 말을 듣고 싶다면… 축하해요.”
도연은 눈썹 하나 흔들리지 않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살아오면서 저를 지키기 위해 먼저 배운 건 체념이었다.
“도연아, 너 아무렇지도 않아?”
“….”
“어떻게 한 톨도 사랑하지 않으면서 2년이나 같이 밤을 보냈다는 거야? 그럼 너도 결혼할 거야? 밤마다 미친 건 나 혼자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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