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하게도 태경은 계약 조항을 하나하나 읽었다. 태경이 테이블에 계약서를 내려놓았다.
"이대로 진행하면 될까요?"
입가에 긴 호선을 그리며 태경이 말했다. 한참을 곰곰이 생각에 잠겼던 지은이 천천히 입을 뗐다.
"대표님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전 비록 이 결혼이 계약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해도..... 이혼 할 생각이 없어요."
무슨 말을 하려고 이리 뜸을 들이나 했던 지은의 입에서 나온 말이 역시 그녀답게 상당히 건전하고 바람직했다.
"좋은 생각이네요. 저도 제 이력에 이혼을 남기고 싶지 않으니까."
지은이 입술을 말아 물었다.
"그래서.... 결혼 기간 동안은 남편으로 아내로서 서로 도덕적 의무에서 벗어난 행동은 안했으면 좋겠어요."
지은의 마지막 말에 태경이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제 스캔들 기사를 의식한 듯한 지은의 말이었다. 아무래도 이 여자의 눈에 제가 바람둥이 혹은 개망나니의 어디쯤 위치하는 것 같다.
지은의 맞은편 자리에서 앉아 있던 태경이 일어나 지은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아 지은과 눈을 맞췄다. 갑작스런 태경의 행동에 놀란 지은이 등을 소파에 바짝 기대 몸을 뒤로 젖혔다.
피식, 태경이 낮게 웃었다.
"김지은씨가 뭘 걱정하는지 알겠는데..... 김지은씨 생각보다 내가 꽤 도덕적인 사람이에요. 다만 상도덕이 조금 없을 뿐이지."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