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애틋한 어린 날의 짝사랑인 편이 너한테도 좋아.”
그때 그냥, 혼자만의 짝사랑으로 남겨 뒀어야 했다.
아니. 애초에 권태주 당신을 마음에, 눈에 담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지도.
“좀 더 난감한 핑계를 대 봐.”
갈무리하지 못한 미련은 기어이 발등을 찍었고.
“내가 순순히 널 버리고 싶어질 만한 그런 걸로.”
갈망의 끝에서 포기하듯 내뱉은 고백은 잔인한 조소 앞에 넝마처럼 짓밟혔다.
들킬까 무서워서. 그대로 끝나게 될까 두려워서.
그 오랜 시간을 짓눌러 놓았던 진심이었는데, 결국엔 이렇게 마침표를 찍고 마는구나.
“그만 버려 주세요, 대표님.”
서인은 제 미련 없는 고백에 점차 흔들림이 커지는 남자의 두 눈을 기껍게 응시했다.
그러곤 시리도록 덤덤히, 이 지독한 짝사랑의 끝을 요구했다.
***
버려 달라 말하면서도, 비로소 모든 걸 놓은 듯 공허해진 여자의 눈을 마주하고서야 태주는 직감했다.
가벼운 소유욕쯤으로 치부해 왔던 감정이, 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감당 못 할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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