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순간을…… 잃었는데, 제대로 기억이 안 난다! 빌어먹을.
몇 시간 전.
“조각상이 움직이네?”
첫 만남부터 이상했다.
“뭐야, 조각상이 아니잖아?”
자신을 조각상으로 착각하던 엉뚱한 여자. 반짝이는 눈동자가 유난히 예쁘다고 생각했다. 자꾸만 미소 짓게 하는 유쾌함에 매료된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이런 전개를 바란 건 아니지!
“어떻게 된 겁니까? 왜 당신이…….”
“……기억, 안 나요?”
“납니다……, 어렴풋이.”
늘 완벽함만을 추구하던 이준의 입에서 다소 애매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제 인생에 이런 실수는 없을 거라고 자신했었는데. 그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던가.
차가운 물줄기가 쭉 뻗은 장신 위로 쉼 없이 흘러내렸다. 이준은 제 몸 위로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과열된 머리를 식히려 노력했다. 그러나 울컥 치미는 짜증에 얼굴을 뭉개버렸다.
첫 순간을…… 잃었는데, 제대로 기억이 안 난다!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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