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나연 씨. 꼭 한번 가져 보고 싶다는 게 아직도 나 맞습니까?”
파르르 떨리는 나연의 눈꺼풀이 느릿하게 떨어졌다가 자리를 찾았다.
7년 전 좋아한다는 말 대신 꺼내놓았던, 어쭙잖고 하찮은 고백을 그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야 내가 노선을 확실히 정할 거 아닙니까.”
안주혁의 눈빛은 그 날처럼 숨 막히게 고요했다.
속내를 숨긴 까만 눈동자 안에 희미하게 너울지던 열기가 무엇인지 늘 궁금했었다.
“……네. 맞아요.”
그때는 치기 어린 호기심이었다면, 지금은 욕심일지도 모른다.
내내 넘지 못한 선을 한 번쯤 넘어보고 싶다는 그런 욕심.
알면서도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다가올 날들이 엉망진창으로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이렇게라도 간절히 잡아보고 싶었다.
“꼬맹아.”
짙게 파고드는 남자의 향기를 깊게 삼킨 나연은 숨을 멈췄다.
“근데 그거 되게 위험한 말인데. 그때 알고 한 건가?”
뺨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둥글게 넘겨주는 손길은 목소리처럼 다정했다.
“네가 날 가지면 나도 널 가지는 거고, 그래요? 안 그래요?”
대답은 애초에 들을 생각이 없었다는 듯, 거리를 좁혀 온 남자의 손이 목덜미를 파고들었다.
서서히 고개를 떨구는 남자의 까만 눈동자가 처음으로 속내를 드러냈다.
네 욕심 따위는 단숨에 짓밟힐 한 줌의 사사로운 감정이라 비웃듯.
“한번 가져 봐요.”
입안을 적셔오는 열기처럼 지독히도 치열한 욕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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