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널 많이 닮았어.”
“네?”
“생김새도 그렇고, 특히 눈매가.”
정혁의 낮은 목소리에 은채는 숨을 삼켰다.
무감한 표정과는 달리 귓가를 간지럽히는 속삭임은 지나치게 위험했다.
“당연하잖아요. 내가 낳은 아이니까.”
“그럼 나머지 반은 그 자식을 닮은 건가? 나 몰래 놀아났다던 그놈 말이야.”
오해로 점철된 이혼 사유는 결코 밝혀져서는 안 될 진실을 덮고 있었다.
그런 게 아니었다고 이제 와서 말한다면 무언가가 달라질까.
하지만 그러기에 6년이라는 시간은 짧지 않았다.
“아이에는 전혀 관심 없는 거 아니었나요?”
“맞아, 그런데 문득 신기하더라고. 날 닮은 존재라는 게.”
“…….”
“만약 너와 나 사이에서도 아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고작 2년도 못 갈 사랑 운운하면서 이혼해 달라고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어차피 무의미한 대화라는 듯 정혁은 은채의 어깨를 끌어당겼다.
단단한 손끝이 느껴지는 것과 동시에 눈앞이 아찔해졌다.
남편은 여전히 모르고 있었다.
아이가 그를 많이 닮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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