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결혼[단행본]

강제결혼

사랑했던 만큼 아팠고, 아픈 만큼 증오했다.
말도 안 되는 계약까지 하면서 결혼했지만 남은 건 상처와 배 속의 아이뿐이다.
사랑에 응답하지 않은 윤우는 원망스럽지 않았지만, 사랑을 짓밟아버린 윤우는 원망스럽다.
그래서 복수하고 싶었지만 복수할 수 없었다.
나는 여전히 그를 사랑했으니까.
*
“이, 이게 뭐야?”
“보면 몰라? 자퇴서잖아.”
“그러니까 이게 왜 나오냐고. 갑자기.”
“다 알면서 뭘 물어봐?”
입으로는 물어보고 있었지만, 눈으로는 다 알고 있으니 제발 그 말만은 하지 말아 달라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서아는 그 부탁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자신이 꼭 해야 하는 말이었으니까.
“이혼 생각 없어도 이혼해줘. 그거 안 해주면 자퇴서 낼 거야.
오빠랑 이혼 못 할 것 같으면 차라리 안 보고 살래. 그게 더 마음이 편하니까.”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그럼 해줘.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 그러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왜 이렇게 억지를 부려? 이혼 안 할 거면 안 보고 살고 싶다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지, 오빠가 알 바는 아닌 것 같은데?
오빠는 둘 중 하나만 선택하면 돼. 나랑 평생 안 보고 살 건지, 이혼은 해도, 서로 마주치면서 살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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