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스쳐 지나갔길래 나한테 그렇게 자연스럽게 화대를 줬는지 모르겠지만.”
양부모의 뜻에 맞춰 철저하게 만들어진 인형으로 살아온 나희.
그런 나희에게 정태운 본부장은 일탈이었다.
그대로 지나갔으면 좋았을 사고.
“이번에는 약혼, 안 깨질 겁니다. 나와 결혼하게 될 테니까.”
그러나 태운은 어째선지 그녀를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거칠게 그녀를 탐하며 흔들어 대기까지.
“나, 윤나희 씨가 꽤 마음에 듭니다.”
“…….”
“솔직한 게 좋거든. 괜히 내숭 부린다고 빼는 것보다는.”
달콤한 사랑 같은 건 결코 속삭이지 않을 것 같은 남자.
고작 감정 따위에 빠질 것 같지 않았기에 감히 그에게 끌렸다.
태운과 함께하는 때면 그녀의 숨통을 누르고 있는 가족들의 생각은 전혀 나지 않았으니까.
마음 하나 없는 이 관계가, 나희에게는 유일한 숨구멍이었다.
***
“일부러 이래?”
“네?”
무슨 뜻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태운이 다가와 나희의 턱을 그러잡았다.
그대로 당기자 그녀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생글생글 잘 웃고 있던 입술은 위로 올라갈 생각도 없어 보였고
판판했던 이마엔 미세한 주름이 져 있었다.
처음 본 사람에게도 허락되는 미소가 태운의 앞에서만 사라졌다.
그게 그의 기분을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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