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근사한 폭군 남편은 하나부터 열까지 의뭉스럽다.
아무리 기억을 잃었다고 해도, 사랑했던 남편을 이렇게 경계한다고?
남편을 이렇게나 낯설어하고 무서워한다고?
은솔은 그의 모든 것을 믿지 않았다.
***
“…왜 그렇게 놀라? 누가 보면 남편이 아니라 납치범이라도 맞닥뜨린 줄 알겠어.”
그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왔다. 움찔할 틈조차 주지 않은 민첩한 움직임이었다.
이내 그의 기름한 손가락이 귓바퀴에 닿고, 흘러내린 갈색 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흡! 감전이라도 된 듯, 찌릿한 스파크가 척추뼈 사이를 가로질렀다.
“솔아. 그래도 이제 미친놈이랑 남편 정도는 구분할 줄 알아야지.”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언제까지 자신을 무뢰한으로 취급할 거냐는 그의 원망.
“나는 아무리 어두워도 너를 알아보는데. 네 냄새나 네 숨소리, 그리고 네 걸음걸이까지 난 다 알고 있거든.”
그가 다정하게 속삭였다. 어쩌면 궁극의 애정 표현일지도 모를 그 말이 심장을 빠듯하게 조여 왔다.
“하긴, 너는 기억을 다 잃어버렸지. 그래서 그런 걸 거야. 너도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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