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백무영은 이해온의 불행을 바랐다.
너무 불행해서, 사는 게 너무 고단해서 다시 제게로 돌아오기를.
그러나 이렇게 다시 마주하게 될 줄은 예상치 못했다.
“내 아이 돌려줘요.”
해온의 떨리는 목소리가 11월의 차가운 빗소리에 녹아들었다.
“아이?”
미간을 찌푸린 무영의 시선이 저를 겨눈 칼끝에 무심히 닿았다.
아니, 정확히는 칼을 쥔 해온의 손목을 보고 있었다. 모기 한 마리도 죽이지 못할 것 같은 가느다란 손목의 희고 깨끗한 피부는 여전했다.
무영은 애써 묵은 기억을 떨치려는 듯 엄지손톱으로 짙은 눈썹을 느른히 문질렀다.
“그, 그래요. 아이만 돌려주면… 돌아가겠어요.”
해온의 창백한 얼굴을 타고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본 무영은 싸늘히 창밖을 응시했다.
쏴아아-
장대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오늘 아침 기상예보에서는 이 비가 그치면 겨울이 온다고 했다. 그러나 이 비와 함께 무영을 찾아온 것은 5년 전 이혼한 아내였다.
그것도 불행이 물씬한 얼굴로.
그런데.... 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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