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연애 [독점]

가짜 연애

“오해할 뻔했어요.”
“오해라뇨?”
“그렇게 예쁘게 차려입고 내 옆에 앉아서 날 계속 쳐다보길래. 다른 뜻이라도 있는 건 줄 알았지.”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홀로 떠났던 물과 낭만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그를 만났다.
“오해가…… 아니면요?”
아무래도 뭐에 홀린 것이 분명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말을 내뱉은 후였다. 
“괜찮겠어요?”
시헌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런 차림으로 여기서 남자들을 쳐다보는 게 무슨 의미인 줄 아는 거냐고 돌려 말했는데, 오해가 아니라고 답하며 눈동자를 파르르 떤다. 
무슨 대단한 결심까지 했다고 주먹에 힘은 꽉 주는지, 더 놀려보고 싶어졌다.
“가죠. 더 시간 끌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덜컥, 소이의 심장이 세게 흔들렸다. 정말 수락할 줄이야. 
머릿속이 미친 듯 요동치는데도 몸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이대로 그를 따라간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면서도 혼연한 척 그를 따랐는데.
“나랑 한 달만 연애해요. 가짜로.”
하룻밤을 담보로 그가 가짜 연애를 제안했다. 
이제 와 그와의 달콤한 밤을 거부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좋아요.”
이미 이성은 하얗게 바스러진 상태였다. 그의 제안이 어떤 의미인지 따져볼 여유 따윈 없었다. 
스르륵, 소이의 눈이 감기며 시헌의 고개가 다시 한번 소이의 얼굴 위로 겹쳤다.
그때만 해도 알지 못했다.
진소이.
분명 정리할 여자였다.
한 달이면 적당하다 생각했고 그 안에 모든 것을 되돌린 후 뒤돌아서면 끝일 여자였다.
젊은 혈기에 잠시 눈이 돌아 몸이 달아올랐다 해도 툭툭 털고 돌아서면 될 일이었다.
한여름 불볕더위를 서늘하게 식혀준 찰나의 바람처럼 그냥 그렇게 스쳐 보내면 될 일인데.
그런데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그 세글자가 나를 점점 더 미치게 하고 있다.
내가 지금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진 모르겠지만, 이젠 진짜로 너를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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