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개자식으로 보여도 소연우 씨, 같이 자는 여자와 눈 정도는 맞추는데. 눈 좀 뜨지?”
남편의 말에 연우가 더 질끈 눈을 감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리는 벌려도, 눈은 뜰 수 없는 연우의 사정을 남편이 알 리 없었다.
부부의 밤은 짐승의 밤이 되었다.
*
소연우는 오드아이였다.
홍채이색증은 세상 누구도 알면 안 되는 비밀이었다.
가정교육과 검정고시로 꼭꼭 숨겨져 자란 아이는 남들보다 2년이나 늦게 고등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비밀을 간직한 아이는 친구를 만들 수 없었고 내내 혼자였다.
구석진 서재에서 아버지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던 날.
무방비로 노출된 그녀의 눈을 가려준 남자가 우태하였다.
“미성년자 관람 불가.”
연우는 교복을 입고 있었으나 이미 스물하나였다.
우태하의 친절은 사람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하는 기본적인 선의였겠지만, 연우는 우둔한 사랑에 빠져버렸다.
나쁜 것을 품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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