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안 된다면서요.”
그저 술기운에 뱉어낸 말이었다.
바람 난 남친과 헤어진 것도 이별이라고 아무에게나 위로받고 싶었던 날.
그 밤, 제 일탈을 막아선 선현우와는 끝인 줄 알았는데.
“가지 말아요, 오빠.”
“겁 없는 건 여전하네, 은로아. 전부 경험해 놓고도.”
닥쳐온 불행 앞에 자꾸만 손 내미는 현우를 붙잡아 버렸다.
오래도록 마음에 품었던 남자와의 짧은 유희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선현우의 마음 한 조각이면 지옥 같은 인생을 견뎌낼 자신이 있었으니까.
***
“결정해. 네가 기대한 걸 주지 않아도 오늘 밤 내게 안길지.”
분명 은로아의 일탈을 막기 위함이었다.
친구 동생이던 그녀를 두고 품었던 욕망 따윈 선현우에게 없었으니까.
그렇게 하룻밤 붙잡아 둘 인연이라 의심치 않았는데.
“왜 매번 내 일에 마음대로 굴어요.”
“지금이라도 안 늦었어, 가.”
“……기대고 싶어지잖아요.”
다시 한번 마주한 밤, 한숨처럼 뱉어낸 로아의 말에 무너져 버렸다.
켜켜이 쌓인 벽을 무너뜨리고 본능에 굴복당한 그 순간.
현우는 미처 알지 못했다.
은로아가 지독한 사랑이 되어 송두리째 인생을 뒤흔들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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