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절없이 부서지는 [독점]

속절없이 부서지는

“그런 기분 알아?”
“……?”
“한순간도 잊어 본 적 없는 첫사랑을 다시 만났는데, 그 사랑이 웃으며 다가와 내 복부에 칼을 쑤셔 박는 기분.”
외헌의 한쪽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오랜만에 피가 돌고 살맛이 나는 느낌이랄까.”
외도하던 남편의 계략에 목숨을 잃었던 해안.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남편을 만나기 전인 스물일곱으로 돌아와 있었다.
복수를 위해 YH엔터에 입사한 그녀.
그곳에서 한때 뜨겁게 사랑했지만 이별을 고해야 했던 남자, 강외헌을 만난다.
서늘한 눈빛에 근육질의 단단한 몸. 남성미 넘치는 외모.
풋내를 벗어던지고 남자가 된 외헌에게 설레기도 잠시.
그의 비소에 상처받은 해안은 마음을 다잡으려 하는데…….
* * *
“아무 때나 떠나고 싶으면 떠나고. 돌아오고 싶으면 돌아와서 칼 꽂고 싶으면 칼 꽂고. 좋겠다, 꼴리는 대로 살아서.”
“비아냥대지 말아요. 나도 쉽지 않았으니까.”
지난 생에서 겪었던 죽음을, 이번 생에서는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그렇게 말해 줘도 그는 믿지 못하겠지.
“나도 이참에 너처럼 살아 볼까 봐.”
외헌이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해안에게로 다가왔다.
“……네?”
해안이 고개를 들자, 그의 비릿한 미소가 바로 눈앞에 보였다. 그의 입술이 해안의 귓가로 내려왔다. 귓바퀴에 그의 입김이 스치자 그녀의 팔에 소름이 돋았다.
“버틸 수 있겠어? 내가 꼴리는 대로 하면, 너 많이 힘들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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