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짓, 해봤어?”
“…….”
“오늘 밤에 나랑 하게 될 거야.”
그 남자에게는 하룻밤 일탈에 불과했을 유희였다. 그러나 찰나의 불꽃이 남긴 재는 신예원의 삶을 절망의 빛깔로 뒤덮었다.
그런데도 운명은 7년 만에 그 남자, 강재하를 그녀 앞으로 데려다 놓았다.
“여전히 예뻐. 눈이 돌 만큼.”
“예전의 네 감각이 생각나서, 더워.”
어지러우리만치 현란한 유혹에 예원은 속절없이 넘어가고 말았다.
무모한 마음이라는 건 안다. 그녀의 밤에 초연히 군림하는 그는 달고 상냥한 표정 뒤에 서늘한 심장을 감춘 남자였으니까.
“우리 관계, 연애였으면 좋겠어요.”
잠시 스쳐 갈 시간이라 해도 인생에서 한 번쯤은 사랑이란 걸 해보고 싶었다.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미래를 꿈꾸지 않고, 현재를 즐기기로.
욕망에 충실했던 나날은 달콤하고 행복했다. 남자가 투명한 칼날로 예원의 무방비한 등을 찌르기 전까지는.
“날 사랑한 적 있나요?”
“내 밑에 누울 때만큼은 진심으로 사랑했어.”
그런데 어째서, 악랄한 독설을 뱉어낸 순간의 강재하는 심장이 베인 것처럼 처참한 눈동자를 하고 있었던 걸까?
예원은 피멍울 진 가슴으로 이 인연을 원망한다.
사랑이 나빴다.
나에게 사랑은 너무 나빴다.
*표지 일러스트: 메이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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