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꽤 잘 맞지 않았나?”
대뜸 건네는 말에 세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처음 끌려 나온 맞선 자리였다.
한 번 보면 잊힐 외모가 아니니, 만난 적이 있다면 그녀가 모를 리 없었다.
“뭔가를 착각하신 것 같은데. 저희는 오늘이 초면인데요.”
남자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잘 떠올려 봐요. 나는 꽤 좋았거든.”
로열그룹의 뻐꾸기로 살아온 스스로를 망가뜨리고 싶다는 충동으로 벌인 일탈.
잊으려고 했던 그 밤이 다시 떠올랐다.
가늘고 하얀 손목을 뭉근하게 매만지는 손길에 세연의 얼굴이 굳었다.
그의 엄지가 닿는 곳마다 불에 타는 것 같았다.
남자의 눈에 고인 열기가 진득했다.
“계속 그렇게 얼굴을 붉히면 나 못지않게 당신도 좋았다고 생각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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