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부부 [독점]

진짜 부부

“회사를 위해서다. 잔말 말고 결혼해.”
고작 22살이었다.
상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 LS 그룹의 장남 차강우, 하루가 멀다고 여자를 갈아치운다는 소문의 망나니였다.
감옥 같은 집을 벗어나 평범한 삶을 꿈꾸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었던 희원에게 결혼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다.
딱 한 번이라도 좋으니 제 의지대로 행동하고 싶은 마음에 처음으로 일탈을 꿈꾸었다.
“저랑 잘래요?”
남자를 보는 순간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고.
“미쳤습니까?”
경멸 어린 눈빛으로 보는 남자에게 저도 모르게 진심을 털어놓고 말았다.
“후회하지 않겠습니까?”
“네. 후회하지 않아요.”
어차피 남자와는 그저 하룻밤의 일탈로 만난 상대였으니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친의 손에 억지로 끌려간 맞선 장소에서 소문의 망나니가 서 있어야 할 곳에는.
“우리 구면인 것 같은데.”
“…….”
“차강우입니다.”
바로 일탈의 상대가 서 있었다.
맞선남의 정체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희원은 모르는 척 굴었지만.
“우리가 정말 본 적이 없습니까?”
“네, 없는 것 같은데요.”
계약 결혼을 제안하는 강우의 달콤한 선악과를 결국 뿌리칠 수 없었다.
“어떻습니까? 나는 결혼하라는 말을 더 안 들어도 되고, 성희원 씨는 자유를 얻고.”
그저 계약 결혼일 뿐이라고 강우를 밀어내려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참으로 위험한 짐승이었다.
“기대됩니다, 성희원 씨와의 결혼 생활.”
희원은 쉴 새 없이 자신을 흔드는 강우에게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떨지 말아요. 장소 가리지 못하는 그런 망나니는 아니니까.”
어느 순간 가짜가 아닌.
“내 아내는 성희원 씨뿐입니다.”
진짜 부부가 되길 바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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