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해. 실수로 넘어져서 고태준을 덮쳤는데 고태준도 나를 덮치더라고.”
이미지 세탁을 위해 박물관에 인턴으로 들어온 톱배우 고태준.
“비켜! 이 매국노 양아치 새끼야!”
그리고 역사 알못으로 커리어가 나락 간 태준을 떠안은 학예사 장희수.
두 사람은 천년 원수를 만난 듯 사사건건 부딪치며 으르렁대는데.
먼지 쌓인 박물관 자료실에서 남들 눈을 피해 싸우던 태준과 희수는 본의 아니게 야릇하고 은밀한 자극에 눈을 뜨고 만다.
* * *
“드디어 잡았네. 이렇게 야한 꼴로 그동안 얼마나 물을 흐리고 다닌 거야?”
자신의 양팔 사이에 여자를 가둔 남자가 비릿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네?”
영문을 몰라 하는 여자를 보며 남자는 계속해서 메소드 연기를 펼쳤다.
“버릇 나쁜 토끼 하나 잡는다고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지금 기분 같아선 몇 날 며칠을 울려도 분이 안 풀릴 것 같은데.”
“제가……뭘 하면 되죠?”
연기인 듯, 아닌 듯 주변을 맴도는 태준에게 희수는 말려들고 마는데.
“뭘 물어. 네가 잘하는 거 있잖아.”
희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태준에게 다가갔다.
“하…….”
태준이 낮게 웃으며 희수를 바라보았다.
유능하고 지적인 사수와 그와 밤놀이를 즐기는 여자.
그 간극이 그를 미치게 했다.
“벌을 받는 거야, 상을 받는 거야. 조신하게 살아. 조신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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