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순정

개 같은 순정

“눈을 감으면 당신이 얼마나 느끼는지 알 수 없잖아.”
이름도 모를 섬으로, 처음이자 마지막 일탈을 강행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밤, 갈 곳이 없는 희원을 받아준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하룻밤 호의를 베풀었던 그 남자를 맞선자리에서 다시 만났다.
“결혼하고 싶어요?”
“…네. 하고, 싶어요.”
“그럼 나랑 합시다, 결혼.”
***
“금욕 생활을 꽤 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내 안의 짐승이 튀어나오나 봅니다.”
낮은 음성이 거대한 짐승의 울림통처럼 그르렁거렸다.
희원은 입을 벌렸지만 소리 하나 내지 못하고 거친 숨만 몰아쉬었다.
들이켠 숨으로 인해 튀어나온 뼈대를 그의 엄지가 천천히 훑었다.
“눈 떠요.”
희원은 고개만 도리질 쳤다.
“눈을 감으면 당신이 얼마나 느끼는지 알 수 없잖아.”
고집스럽게 입술을 꽉 깨문 얼굴이 순간을 인내하려는 것 같아 태서는 인상을 구겼다. 
오만한 괴물이 고개를 치켜들고 있었다.
달큼한 살 내음이 짐승의 후각을 교란시킨 듯, 강태서는 희원의 약점을 억센 손아귀로 움켜쥐었다.
“이 정도는 돼야 반응한다, 이건가?”
웃음 섞인 남자의 목소리는 본능만 남은 짐승의 날것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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