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자요. 같이 있어 줘요.”은수의 처음이자 마지막 일탈이었다. 이 남자라면 처음을 줘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미련 같은 거 남지 않을 것이다.침묵이 길어지자 후회가 밀려왔다.바로 옆에서 다른 남자와 맞선 보던 여자가 대뜸 자자고 하니 분명 미쳤다고 생각할 거다.“미, 미안해요. 제가 실수-”“후회 안 할 자신은 있고?”“네?”태오가 마지막 경고와 같은 말을 뇌까렸다.“들어가면 번복 못 해.”“.......들어가요.”그날 밤 침대 위에서 벌어진 두 사람의 정사는 완벽한 결합이었고 구원이었다.***며칠 후, 호텔 룸에서 맞선남을 기다리던 은수는 태오와 재회한다.그의 손이 은수의 턱을 단단히 쥐었다.“아버지가 딸이 연애 한 번 해보지 않은 천연기념물이라고 하던데 가증스럽네.”“그, 그건-”“그 정도의 연기라면 넘어갈 법해. 굉장히 훌륭했으니.”태오의 엄지손가락이 그녀의 입술을 쓰윽 문댔다. 연분홍의 립스틱이 뭉개지며 볼로 번졌다.“적당히 이용할 만한 여자가 필요하지. 연기는 이만하면 됐고, 천박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가벼운 관계로 완벽해.”은수는 그가 건넨 결혼 계약서에 사인했다. 누구와 결혼한들 시궁창 같은 현실이 바뀌지 않을 테니.“일정 정해지면 연락 주세요. 번호는…… 아시겠죠.”은수가 꾸벅 인사하고 몸을 돌리는데 낮은 음성이 뒤따랐다.“신은수.”저벅저벅, 그녀가 뭐라 하기도 전에 남자가 등 뒤에 섰다.“계약서대로 해야지.”잊고 있었다. 이 남자가 돈 많은 쓰레기라고 했던걸.[본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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