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을 두른 연의 꽃

악을 두른 연의 꽃

목 잘린 악녀가 되살아났다.
차천화, 귀비 차씨, 차 귀비.
그녀를 칭하는 말들은 수 없이 다양했으나 의미하는 바는 오직 한가지였다.
세상에 다신 없을 희대의 악녀.
갈 곳 없던 어린 그녀를 거둬 준 가문을 멸문시키고,
황제를 꾀어내 수없이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악귀와 같은 존재.
목에 칼이 들어오는 순간까지도 살육을 즐겼다고 전해지는 세기의 악인.
몸과 분리된 머리가 성문에 걸린 후로 9년,
이름조차 붙지 않은 작은 산의 한구석에서 차천화는 눈을 떴다.
다시 한번 주어진 삶의 기회에 자유를 누려 볼까했지만, 상황은 그녀의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고.
끝내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이에게 정체를 들키고 만다.
“무슨 수를 쓴 겁니까? 분명 제 앞에서 숨이 멎은 것을 확인했는데.”
“나도 몰라! 나도 모르겠다고. 정신 차려 보니 이 모양이었어.”
마주친 사내의 원망 가득한 시선이 데일 듯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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