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겠다. 죽는 게 낫다.
한강에서 뛰어내리기 직전, 누군가 미끼를 던졌다.
“죽는 거, 그거. 1년만 늦추면 어때요? 어차피 삶에 대한 미련도 별로 없어 보이는데 꼭 살고 싶은 사람 하나 살린다는 셈 치고.”
차마 거부할 수 없는 미끼에 낚인 민물고기처럼 바르작대니, 잘 차려입은 남자가 어둠을 밝히는 미소와 함께 서 있었다.
“길을 가다 우연히 사게 된 로또에 두 번 당첨된 셈 치고.”
35억. 느리게 휴대폰을 꺼낸 그가 창을 띄워 입력한 숫자는 그랬다.
나는 그에게 걸려들었고.
뒤늦게 손을 잡고 나서야 알았다. 그가 누구였는지.
장도 家의 장사경.
세상 사람들은 그를,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본이라 불렀다.
그리고 나는, 그 개의 꼬리가 되었다.
일러스트: DEL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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