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자는 바람을 피우고, 일하던 보안사무국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괘, 괜찮아. 오히려 좋아."
그래서 나는 소박하고 평화로운 삶을 꿈꾸며, 저택의 관리인으로서 취직했다.
정원을 가꾸고 저택을 꾸려 나가는 소소하고도 보람찬 일상!
앞으로 이 마을에서, 저택에서 보낼 날들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데 마을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하다.
“히익!”
눈이 마주치자마자 도망가지 않나.
“저, 저는 당신의 충직한 하수인입니다.”
손님 접대용 멘트를 과하게 치기 일쑤.
‘설마 내가 외지인이라서 경계하는 걸까?’
그래서 나는 언젠가 어머니께 배웠던 인사를 사용했다.
한 손을 주먹 쥐고, (안녕, 얘들아.) 
다른 한 손으로는 주먹 쥔 손의 팔목을 탁, 치고는 (경계할 것 없어.) 
주먹을 밑으로 내리는 자세!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친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인사를 했더니 마을 주민들이 모두 나를 반겨준다.
*** 
악마 들린 폐 저택에 진짜 악마가 찾아왔다.
정체 모를 생명체의 안구를 가지고 다니며, 마부 한스를 미치게 만든 무시무시한 악마. 마을에 실종자가 늘어나는 것도 모두 그 악마의 짓이 분명했다!
어느 날, 악마가 우리에게 경고했다.
한 손을 주먹 쥐고, (너네) 
다른 한 손으로는 주먹 쥔 손의 팔목을 탁, 치고는 (제대로 안 하면) 
주먹을 밑으로 내리는 자세! (다 담가버린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쇤네가 미천하여 위대하신 악마님을 못 알아보았습니다!
***
본격! 여주와 남주가 저택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일만 하는 이야기! ……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샤샤.”
부드럽지만 단호한 손길이 샤샤를 옭아맸다.
“사람은 아플 때만 신음소리를 내는 게 아니야.”
체르노가 눈꼬리를 아름답게 접으며 그녀의 귓가에 제 입술을 가져다 댔다.
“무언가를 원할 때도 비슷한 소리를 내고는 하지. 이를테면…….”
목덜미에 그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닿았고, 그의 숨결이 귓불을 간지럽혔다.
샤샤가 저도 모르게 야릇한 소리를 내자, 체르노는 만족스럽다는 듯한 웃음을 뱉어냈다.
“옳지, 잘하네.”
……아무래도 제가 주인님과 썸을 타게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