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워낙 얼굴도 안 보여 주고 꽁꽁 숨어서 말이죠.”
10년의 도망이 무색하게 태현과의 만남은 갑작스레 이뤄졌다.
상무와 비서의 관계로.
소녀의 풋정인 줄만 알았던 마음은 긴 세월에도 변하지 않아서.
그가 허락해 준 관계에 만족하고 살아가려 피해 왔건만.
“얼굴 좀 보면서 대화를 하려면 이 방법을 좀 써야겠더군요.”
한 걸음, 두 걸음 다가오는 태현은 여전히 멋지고 눈부셔서.
“지수야, 잘 지냈어?”
저도 모르게 그만 심장이 뛰어 버렸다.
“언제쯤 편하게 오빠라고 불러 줄래.”
“회사든 아니든…… 저는 상무님으로 부르고 싶어요.”
“왜?”
사랑을 믿지 않는 태현에게 사랑을 갈구해야 하는 비참함에
더는 오빠 동생조차 하기 싫어 그를 완전히 끊어 내려 하지만.
“이러다 선을 넘으면 어떡해요, 서로 조심해야죠.”
지수가 맞닥뜨린 건 열기로 짙어진 까만 눈동자였다.
“오빠 동생 사이로 돌아가는 게 싫다……. 그럼 네가 말한 선을 넘으면 그때는 괜찮은 건가?”
*일러스트 : 연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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