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가 되어 주세요. 그게 제 조건이에요.”
열일곱이었던 윤희서의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환청처럼 울렸다. 가뜩이나 기분이 엿같은데, 열어젖힌 창문 틈으로 추적추적 가을비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빌어먹을, 백승조는 유독 비가 싫었다.
비가 내리던 봄밤에 교통사고로 부친 백명신을 영원히 잃었고, 지독히도 시린 겨울비가 내리던 밤에 곧 숨이 꺼질 듯 기진맥진한 윤희서를 발견한 탓이다.
***
“윤희서, 나는 너 안 놔.”
승조는 대놓고 무시하는 희서를 돌려세운 채 우겨 누르듯 딱딱한 어조를 뱉었다.
“윤희서는 내가 주웠어, 내 거야. 그 사실은 안 변해.”
무심하던 시선이 들렸고, 드디어 눈을 맞춘 희서가 결국 여린 한숨을 토했다. 차를 내어 주겠다던 드물게 후한 마음도 사라졌는지, 손에 쥔 티백을 구기고는 초연하게 읊조렸다.
“유실물 취급하지 말아요. 그건 정당한 거래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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