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보겠네.”
세월이 흘러 더 멋있고 근사해진 남자는 오빠의 친구였다.
잊고 있었던 감정이 울컥 올라왔다.
유선은 그제야 깨달았다.
저조차도 몰랐던 이 기이한 마음은 이미 어린 시절부터 자라고 있었다는 것을.
제 회사로 들어오라는 그의 제안에 선뜻 응한 것도,
술친구 해 달라는 부탁을 들어준 것도,
즉흥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키스를 한 것도.
모두가 그를 품고 있었음에 저지른 행위들이었다.
해서는 안 될 짓이기도 했다.
“우려하시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니 염려 놓으세요.”
“내가 무슨 우려를 했는데.”
“저 임신 아닙니다.”
한때의 인연으로 얄팍하게 남겨 두었던 친근함마저도 모조리 사그라진 기분을 느끼면서.
유선은 뒤늦은 의문이 들었다.
그가 있는 이곳으로 온 제 선택이, 과연 옳은 일이었는가 하는.
* * *
싫어요. 안 해요. 못 해요.
발칙한 여자의 목소리는 늘 신경을 긁곤 했다.
그리고 태주는 늘 궁금했었다.
왜 너여야만 했는지.
그러한 의문은 이제 무의미했다.
“나는 널 만나야겠어. 후에 내가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더라도 나는 널 만날 거야.”
안 되는 수만 가지의 이유 따위는 더 이상 필요 없었다.
“네 아이는 내 아이이기도 하니까.”
찾아야겠다. 안아야겠다. 가져야겠다.
너 아니면 안 된다는 것.
그것만이 내 이유의 전부였으니.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