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재는 은인이었다.
사지에 몰린 가영을 두 번이나 구원해준 남자.
그가 집안의 압박을 피할 목적으로 제안한 계약 결혼을 받아들이는 건 은혜 입은 자의 마땅한 도리였다.
싱그러운 여름날.
장미 정원을 품은 저택에서 시작된 가짜 부부의 신혼생활.
남편은 가영에게 퍼붓는 소나기를 막아주는 우산과 같은 존재였다.
“제가 첫눈에 반했습니다.”
시할머니 회장님의 반대를 차단했고.
“한 침대에서 잘 줄 알았어요?”
둘만의 은밀한 밤에도 선을 지켰고.
“아내 편을 드는 게 당연하지 않나.”
가영의 머리채를 잡은 시누이를 저택 밖으로 내쫓았다.
어째서인지 가영은 남편과 있으면 숨이 찼다. 복부에서 피어난 아지랑이로 심장이 축축해지기도 했다.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경계가 와락 무너진 날 뒤.
혼란에 빠진 가영을 진득하게 주시하던 남편이 제안해 왔다.
“되감기할까요, 연애부터?”
아련한 감성이 물씬한 데이트, 그 다디단 시간의 종착지는 호텔이었다. 청정무구한 의문을 품은 가영에게 남편이 부부의 연애를 가르쳐주었다.
“연애하면 자는 거야. 가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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