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에 과로사 한 후 악마가 되어 버렸다.
그것도 칠죄종의 대악마가.
혈통빨도 있겠다 이제 좀 게으르게 살아 보려는데,
인형 같은 아이를 주웠다.
“죽고 싶지 않아서 죽이는 게 죄라면 저는 후회하지 않아요. 이것도 죄인가요?”
피를 뒤집어쓴 채 아무렇지 않게 묻는 아이를 그냥 지나쳤어야 했을까.
“제가 대신 죽여드릴까요? 진은 하기 싫어하는 일을 저는 싫어하지 않으니-”
악마보다 더 악마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아이에게 정들어 버린 것부터 잘못이었나?
“더는 못 기다리겠습니다.”
풀썩 쓰러진 곳은 노아의 체향이 가득 묻어 있는 침대였다.
“노아, 잠깐…!”
“그거 압니까, 진? 난 당신 이외에 그 무엇도 사랑한 적 없습니다.”
“너, 너 미쳤어? 여기 대신전이야! 천신이 듣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신조차도.”
노아가 생전 처음 보는 낯을 하고서 웃는 순간 불길함이 치밀었다.
“그러게 왜 나 같은 새끼를 주웠습니까? 악마면서 인간이 원하는 걸 위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지 몰랐던 건가요.”
성스러운 갑옷을 입은 기사가 스스럼없이 타락을 입에 담았다.
황급히 뒷걸음질 치자 커다란 손아귀가 어림없다는 듯 발목을 붙잡아 그대로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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