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을 지배하는 건 파도만이 아니었다.
연산.
잔인하고 포악한 성정과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위험할 정도로 야릇한 외모도 한몫했고.
비밀과 소문, 호기심과 두려움 위에서
완벽히 군림하고 있던 그의 세계가 툭, 깨어진 건
못지않은 비밀과 소문을 품은 어느 외지인 때문이었다.
“페이스트리 같다, 너.”
나나.
사납게 일어선 파도를 잠재워주는 듯한 이름이었다.
나긋이 속살거리다 콱 찌를 것 같기도 했고.
단조롭던 생활에 깃든 그 선명한 열기를
연산은 거부할 수 없었다. 방심해 버렸다.
“너 꼭 나 좋아하는 것 같아.”
“혹시 그 입술만 보면 물어뜯고 싶은 게, 그래서 그러는 건가?”
손으로만 겨우 물던 입술을
“고나나. 나 환장하게 만들어서 어쩌려고 그래.”
기어이 물어뜯게 되었을 때,
연산은 인정해야 했다.
언제나 지배하는 것에 익숙했던 그는 이미
철저히 지배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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