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을 가장해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사는 주영연. 베끼고 흉내 내어 만든 껍데기는 단단하고 안락했다. 납치된 채 한주헌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럼 이제 아는 걸 말해 봐요.”아무것도 모르는 영연에게 정보를 요구하는 주헌. 죽음이 목전까지 다다랐을 때, 그녀는 살기 위해 해서는 안 될 거짓말을 하고야 만다. “저 아는 거 더 많, 은데, 여기선 말 안 할 거예요. 그러니까, 그러니까…….”“...”“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영연은 목숨을 구걸해 기어코 살아남는다. 하지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건 목줄을 쥔 한주헌이었다. 그 줄은 자신의 목에 단단히 얽혀 있었다. “거짓말을 진짜로 만들 기회를 줄게요.”거절할 수 없는 폭력적인 제안. 영연은 그것을 받아들이며 다짐했다. 반드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야 말겠다고. 이 희망만이 그녀를 살게 했다. * * *“나…….”나는, 왜…….왜…….더듬더듬 단어가 이어졌다.“왜…… 나, 왜…… 여기 있지.”영연은 관성적으로 중얼대면서도 가만히 퍼져 있었다. 모든 의지를 잃은 사람처럼, 두 눈은 텅 비어선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풀지 못할 문제를 받은 어린아이처럼 입만 달싹였다.“그러게.”주헌이 맨손으로 영연의 볼을 닦았다. 말라붙지 않은 물방울이 그의 손으로 옮아 붙는 게 느껴졌다.“내가 집에 있으라고 했잖아.”그가 안타깝다는 투로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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