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첫 주부터 지각했던 열여덟 봄, 숨 고를 틈 없이 시선을 사로잡는 그 애를 만났다.
강우는 매끈한 손가락 끝으로 껌이 진열된 칸을 스윽 쓸곤 해인의 눈앞에 갖다 댔다.
“먼지 있다?”
“사장님 손자라고 갑질해?”
멀쩡한 교문 놔두고 담 넘는 애.
상속받은 건물만 열 채가 넘는다는 편의점 사장님 손자.
몸만 좋은 운동에 미친 남자애.
해인에게 강우는 딱 그 정도였다.
그런데......
“이건 안 좋아하고. 이건 복숭아 알러지 있어서 못 먹는다고 했고... 초코?”
왜 내가 좋아하는 걸 기억하고 있는 걸까.
“나 원래 몸에 열이 많아서 네가 아픈 건지 잘 모르겠다.”
서슴없이 이마에 손을 올리곤 아프냐고 묻는 걸까.
“너 나 왜 피해?”
모든 일에 무감한 네가 유독 내 행동에만 기민하게 반응하는 걸까.
네 보폭처럼 성큼성큼 다가오는 네게, 나는 떨리는 마음을 들킬까 봐 겁이 났다.
끝내 들킨 마음을 부정해도 넌 눈을 똑바로 맞추고 물었다.
“너 나 좋아하지.”
물음표 아닌 마침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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