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악녀 정부로 빙의해버렸다 [독점]

하필이면 악녀 정부로 빙의해버렸다

“오늘따라 이상하군, 릴리아나.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고달픈 삶을 버티다 못해 뇌출혈로 죽어버린 나.
그런데 천국행 열차를 타기도 전에 웬 별천지가 펼쳐져 버렸다.
화려한 대리석 기둥, 널린 황금, 붉은 벨벳.
거기다 검은 머리에 잿빛 눈동자를 하고, 흐트러진 옷을 추어올리며 다가오는 남자라니?
오예! 설마 이거 그 유명한 소설 여주 빙의물인가요?
이제 누가 봐도 남주인 저 남자랑 알콩달콩 백년해로하면 되는 건가?
그런데….
“카를로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요! 그것도 나한테 선물해 준 침실에서 다른 여자랑!”
“소문대로군. 황태자의 정부.”
아?
설마 그 ‘다른 여자’가 저인가요?
그리고 제가 그 ‘정부’인가요?
그런데 당신. 당신은 누구신데 그 아름다운 얼굴로 제 앞을 막아서시는 거죠?
하필이면 악녀 정부 캐릭터에나 충실하자고 마음먹은 이때에?
“네가 카를로스를 버렸으면 좋겠어.”
“그놈이 네게 선물을 주더군. 그게 뭐였지? 설마 반지?”
“둘 다 거절해. 나 너 놔주겠다고 한 적 없어.”
“이러나저러나 힘들어 죽겠으니까 차라리 네 곁에 있으면서 상처받겠다고.”
“미워…. 네가 죽도록 미워….”
“그가 너를 사랑해….”
“가지 마….”
‘신의 바람이 불어와….’
망했다.
아무튼 망했다.
저번 생도 망했지만 이번 생은 더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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