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우미치고는 어려 보이는데.”
“……나 도우미 아니야.”
처음 보는 얼굴. 그 애는 서울에서 전학을 왔다고 했다.
졸업까지 앞으로 한 학기. 볼 것도 없는 이 시골 바닥에 서울 사는 부잣집 도련님이 무슨 일로.
“도우미 대신 왔으면 도우미네. 밥 차려, 배고파.”
무례하기 짝이 없다. 사람들이 오냐오냐 떠받들어 주니까 버릇이 없는 게 분명했다.
“존나 예쁘다고 너.”
도우미 취급이나 할 때는 언제고 뜬금없이 제 여자 친구나 하란다.
“넌 왜 맨날 봐도 봐도 예쁘냐.”
어울리지도 않게 낯간지러운 말을 잘도 하는 게 우스웠다. 다 가진 잘난 놈이 시골 사는 촌뜨기가 뭐 그리 좋을까. 어린 나이에 낯선 곳에서 스치듯 느낀 풋정. 나는 그 애가 내게 느끼는 감정을 그 정도로 재단했다.
“나 버리고 가면 가만 안 둬. 쭉 내 옆에 있어.”
하지만 그건 완전한 착각이었다. 나는 몇 년을 돌고 돌아 깨달았다.
“나 버리고 가면 가만 안 둔다고 했지.”
지독하고도 집요한 그 애의 덫에 걸려 버렸음을.
어쩌면 처음 본 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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