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연민하게 된 나를 증오한다.
내 인생을 망친 적국의 왕이자, 날 포로로 만든 당신을.
"로젠느, 속임수를 쓰면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나?"
정혼자와 결혼식을 하는 날, 나는 강대국의 포로로 끌려갔다.
야만의 땅, 울프하드로.
하지만, 아무런 대책이 없던 건 아니었다.
나와 외관을 바꾼 궁정 하녀, 신시아가 나의 대역이 되었으니까.
신시아는 내가 되어, 나는 신시아가 되어 울프하드로 갔다.
그런데,
"여자를 제대로 데려온 게 맞나?"
나를 포로로 원했던 야수가 나에게 관심을 보인다.
나로 위장한 신시아가 아닌, 신시아로 위장한 나에게.
어째서?
신시아의 외양은 나와 완벽히 똑같은데.
당신은 로젠느를 원했잖아.
그럼 로젠느가 된 신시아를 좋아해야지, 왜 신시아의 모습을 한 내게 집착하는 거지?
그러다 보름달이 뜬 어느 날 밤.
야수의 지하실에 갔던 신시아가 기겁을 하며 뛰어왔다.
"로젠느 님! 파이칸이 이상해요!"
겁에 질린 신시아로 인해 나는 그녀를 대신해 지하실을 찾아갔다.
지하실에 울리는 그르렁거리는 소리는 분명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심장이 두방망이질을 치고,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 그때.
어둠 속에서 난데없이 나타난 홍채 두 개가 번득였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나를 지하실 아래로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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